그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는 것은, 그에게 걸 프렌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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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6 00:38:02

김현도
그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는 것은, 그에게 걸 프렌드가 있었다는 것 정도이다. 그녀는 다른 반의 여자 애였는데, 교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미인이었다. 미인이고, 성적도 좋고, 운동도 잘하고, 리더십이 있고, 반의 대화 모임에서는 마지막을 장식하는 발언을 하였다. 어떤 반이든 이런 여자애가 한 명쯤은 있는 법이다. 아무튼,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나는 두 사람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보곤 했다. 점심 시간에는 곧잘 교종의 구석에 나란히 앉아, 얘기를 하곤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종종 서로를 기다렸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같은 전철을 타고, 다른 역에서 내렸다. 그는 축구 부이고, 그녀는 ESS부였다(지금도 ESS란 말이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요컨대 영어 회화반이다).과외 활동이 끝나는 서로 맞지 않는 날에는 먼저 끝난 쪽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며 기다렸다. 그들은 틈만 있으면 같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얘기를 하고 있었다. 참 그렇게 할 말이 많은가 하고 감탄한 일을 기억하고 있다. 우리들은(이라 함은 나와 내가 사귀고 있었던 불완전한 친구들을 말한다)아무도 그들을 놀리거나 하지 않았다. 화제에 올리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두 사람에게는 우리들의 상상력이 파고들 여지가 손톱만큼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두 사람은 당연한 무엇으로서 거기에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미스터 클린과 미스 클린. 치약 광고 같은 것이다. 우리들은 그들이 무엇을 하든 무슨 생각을 하든 그런 일에든 털끝만큼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우리들의 관심을 자극하는 것은 훨씬 더 바이털한 세계였다. 정치와 와 록과 마약과. 우리들은 약국에 가서는 의기양양하게 콘돔을 사고, 한 손으로 브래지어를 푸는 방법을 배웠다. 우리들은 LSD를 대신하는 효과가 있다는 말을 어디에선가 주어듣고, 바나나 가루를 만들어 그것을 파이프로 피웠다. 대마인 듯한 풀을 찾아내서는, 그것을 말려 종이에 말아 피웠다. 물론 효과는 없었다. 그러나 효과가 없어도 좋았다. 그것은 일종의 축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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